빌립보서 (Philippians) 서론
1. 저자 : 사도 바울(1:1)
단, 본문 1:1에 나오는 '감독들', '집사들'이란 용어는 바울 이후에 이루어진 교회의 직분이기 때문에 본 서신이 바울에 의해 쓰여지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이 있다(F.C Baur, 1792 - 1860 ; 튀빙겐 학파).
그러나 이런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이 교회를 설립할 때는 언제나 원할한 교회 교육과 봉사를 위해 교회마다 직분을 두었기 때문에 이런 직분은 본 서신이 기록되기 오래 전부터 즉 바울이 활동하던 때부터 존재하였던 것이다(행 14:23; 20:17; 딛 1:5).
또 3:2에서 4:3까지에는 본 서신 전체에 흐르는 바울의 어투와주제가 갑자기 변했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서신이 결합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J.Weiss, 1863-1914) 이것도 타당성이 없다. 왜냐하면 주제와 어투를 변경했던 것은 바울이 서신을 쓰고 있을 때 빌립보 교회로부터 새로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거나 혹은 편지 부분 부분을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의 간격을 두고 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마의 클레멘트(Clement of Rome)나 이그나티우스(Ignatius), 폴리캅(Poly-carp) 등도 본 서신이 바울의 저서임을 인정했으며, 서신의 교훈이나언어, 문체 등을 볼 때도 바울의 글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2. 수신자 : 2차 전도여행 때 세운(행16:12,13) 빌립보 교회의 성도들(1:1)
빌립보 교회는 루디아라는 이방 여인의 집에서 시작되었으며(행 16:40), 빌립보 지역은 서구에서 가장 먼저 복음이 전파된 것이다. 또 루디아는 유럽 사람으로서는 가장 먼저 그리스도인이 된 여인이다.
그리고 귀신들렸던 하녀와 빌립보 감옥의 간수와 그의 가족들이 이 교회 최초의 교인들이었다(행 16:33).
한편 빌립보 교회 최초의 사역자는 의사이자 사도행전과 복음서 기자인 누가일 가능성이 많은데 그것은 누가가 빌립보 교회 조직에 관한 설명을 할 때에는 1인칭 복수인 '우리들' 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행 16:13 이하) 비해 바울이 빌립보를 떠나 있는 기간 동안에 발생한 사건들을 설명할 때에는 3인칭 복수인 '그들'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행 20:6).
빌립보 교인들은 사도 바울의 사역에 열성적으로 헌신하였으며, 건실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의 본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바울의 사역을 돕기 위해 어려운 중에도 수차에 걸쳐 헌물을 보냈다(빌 1:25, 30; 4:16; 고후 11:9).
3. 기록 장소 : 로마
가이사랴에서는 바울이 2년간 감옥 생활을 하였다(A.D 58-60). 그러나 가이사랴에서 기록했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이유는 본서에서 바울은 자신이 속히 풀려날 것이라고 했는데(빌 2:24) 비해 가이사랴 옥중에서는 로마에 있는 가이사에게 호소를 했기 때문에 그가 일찍 풀려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또 에베소에서 쓰여졌다는 주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Guthrie). 이 견해에 의하면 바울이 에베소에 머무른 3년 동안(A.D 54-56)에 본 서를 기록했다고 보며(행 19:1, 17; 롬 16:4; 고전 15:32; 고후 1:8; 11:23)에 근거하여 그가 에베소에서 투옥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견해도 역시 타당성이 없다. 이유는 사도행전에 의하면(행19장) 바울이 에베소에서 투옥되었다는 기록이 전혀 없으며, 만약 바울이 에베소에서 투옥되었다면역시 그곳에서도 가이사랴에서 처럼 가이사에게 호소를 했을 것인데 본 서신에 의하면 이러한 간청이 불가능했던 점 등을 생각해 볼 때 에베소 출처설의 신빙성이 희박하다.
가장 전통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설은 역시 바울이 로마에 처음 투옥되어 있던 기간(A.D.61-63) 동안에 본 서를 기록했다고 하는 것으로서(행 28:30)가장 보편적이며 타당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본 서에 나오는 '시위대'(빌 1:13)나 '가이사의 집'(빌 4:22) 등을 고려할 때 이 견해가 가장 자연스러우며, 또 본 서가 기록될 당시 바울은 생사의 문제가 걸린 재판 중에 있어서 일단 결정이 나면 더 이상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빌 1:19-24). 뿐만 아니라 교부 터툴리안(Tertullian)이 쓴 '마르시온의 서언'(Marcionite Prologue, A.D.170년경)에서도 본서가 로마에서 쓰여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4. 기록 연대 : A.D. 61-63
본 서신은 바울이 옥중에 있을 때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빌 1:7, 13, 16) 이 서신이 쓰여진 장소를 밝히게 되면 저작 연대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즉 본 서신은 바울이 로마의 옥중에 있을 때(A.D. 61-63) 기록한 것으로 그가 풀려날 것을 확신한 점 등을 볼 때 옥 중 생활의 말기에 기록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빌 2:23, 24).
5. 기록 동기 및 목적
사도 바울에게 각별한 사랑과 헌실을 가지고 있던 빌립보 교인들은 바울이 투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울을 위로하고 시중들기 위해 그 교회 교인인 에바브로디도를 헌물과 함께 로마로 보냈다(빌 2:25).
그러나 에바브로디도는 로마에 온지 얼마 안되어 병이 들었다(빌 2:26, 30). 이 소식을 들은 빌립보 교인들은 근심하게 되었고 근심한다는 소식을 들은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을 위로하려 하였다(빌 2:27).
그래서 에바브로디도의 건강이 회복되자 바울은 그를 빌립보로 보내면서 그들로 하여금 주 안에서 기쁨으로 에바브로디도를 영접하라고 했다. 또한 빌립보 교인들의 뜨거운 사랑과 헌신에 대해 글로써 감사를 표하기를 원했다(빌 4:10, 18).
뿐만 아니라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권면하고자 했으며 유대주의자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경계하라고 말하려 했다(빌 3:1-3).
당시 빌립보 교회에서는 교회의 유력한 여인들인 유오디아와 순두게 사이에 불화가 있었고 유대주의자들이 할례를 강조하고 있었다(빌 4:1, 2).
사도 바울의 투옥을 염려하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바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오히려 복음의 진보가 되었다고 증언하여(빌 1:12, 17) 빌립보 교인들의 생각과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기를 원했다(빌 1:18; 2:17, 18; 4:4).
6. 빌립보 시(市)의 역사
빌립보는 에게 해(海)에서 내륙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도시의 원래 이름은 '작은 우물' 이라는 뜻을 지닌 '크레니데스(Krenides)였으며 이 부근에는 유명한 판게우스(Mt. Pangaeus)의 금광이 있다.
그런데 B.C. 356년 마케도니아의 완 필립 2세(Philip II . B.C. 359-336)가 그곳에 많은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도시를 확장, 증축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본따서 '빌립보'라고 칭하였다.
그 후 여러번의 정복 과정을 거쳐서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B.C. 42년 삼두 정치의 동맹자(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와 로마 공화주의자(부르터스, 카시우스) 사이에 유명한 빌립보 전쟁이 터졌다. 여기서 삼두 정치의 동맹자들이 승이하고 곧 이어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를 패퇴(敗退)시켜 로마의 실권자가 되면서 그의 퇴역한 군인들을 빌립보로 이주시켰다.
이에 따라 빌립보의 지위가 상승하여 빌립보 시민들에게는 로마 시민권이 주어졌으며 그들은 로마 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빌립보 지역은 로마의 군사적 전초 기지로써,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 중의 하나였으며, 전력상 마케도니아 지방의 제일로 꼽히는 성읍이었다(행 16:12).
또한 빌립보에는 헬라인, 로마인, 아시아인 등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았으며 각종 철학, 종교, 미신 등이 성행하였다. 그 도시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였으나 그들의 생활, 언어, 관습은 오히려 헬라적이었다. 빌립보에 거주하던 유대인은 소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회당도 없었다. 또 종교의 생활 습관의 차이 때문에 그 곳 사람들이 유대인을 대하는 감정이 좋지 않았다(행 16:13; 20:21).
7. 빌립보 교회의 상황
빌립보 교회는 A.D. 50년경 바울의 2차 전도여행 중에 세워졌다(행 16장).이 교회는 이방 여인 루디아의 집에서 시작되었으며 최초의 신자로는 귀신들렸던 하녀와 빌립보 감옥의 간수와 그 가족들이었다(행 16:33).
이 빌립보 교회는 유럽 최초의 교회였으며, 비록 소수로 시작되었으나 헌금에 열성적이고 아름다운 봉사로 타 교회의 본이 되었다(빌 4:15, 16; 고후 8:1-4).
또한 빌립보 교회는 사도 바울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헌신하였다. 그들은 가난하였음에도 불구하고(고후 8:1, 2) 수차에 걸쳐 바울의 궁핍을 보충하기 위해 헌물을 보냈다(빌 1:25, 30). 뿐만 아니라 사도 바울에게 겨냥되었던 핍박을 빌립보 교회가 감당하면서도 잘 인내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해 나갔다(빌1:7, 28-30).
그러나 빌립보 교회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두 여인 유오디아와 순두게를 통해 나타난 교회 안에서의 분열(빌 4:2), 유대주의자들의 분쟁(빌 3:1-3), 바울의 장기화된 투옥에 대한 비관론(빌 2:19-24), 외부의 적에 대한 불안(빌1:28, 29), 행위로 완전에 이른다는 사상(완전주의, 빌3:12-14)의 발생 등이다.
8. 빌립보서 내용 요약
[1장]
바울이 자신의 고난에 동참한 빌립보 교인들에 대한 감사와, 자신의 투옥이 오히려 복음에 진보가 된 점을 말하여 그의 투옥을 염려하는 빌립보 교인들을 위로하고 또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2장]
바울은 서로 겸손하게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마음을 같이하여 사랑으로 화합하라고 당부한다. 여기서 그는 그리스도의 낮아지심(헬, 케노시스), 즉 '자기를 비우심'의 원리를 이야기 하며 빌립보 교인들에게 그리스도를 본 받으라고 부탁하고, 그들이 에바브디도를 기쁨으로 맞이하고 그와 같이 복음을 위해 수고하는 자를 존귀히 여기라고 권면한다.
[3장]
바울은 하나님의 자비를 믿기 보다는 할례를 강조하는 유대주의자들을 삼가라고 당부하며 오직 그리스도를 푯대로 하고 주께서 주실 상급을 바라보며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부탁하고 있다. 또 믿는다고 하면서도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십자가의 도를 따라 살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4장]
바울은 빌립보 교회 안에 있는 분쟁에 대해 한 마음을 품고 서로 화합하라고 당부하면서 어떠한 형편에 있든지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뻐하라고 부탁한다. 또한 아낌없이 현물로 헌신한 빌립보 교인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문안의 인사로 끝맺고 있다.
따라서 본 서신은 빌립보 교인들의 사랑과 헌신에 대한 감사와, 신앙의 위로가 넘치는 서신이며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되라는 바울의 빌립보 교회를 향한 애정이 넘치는 권면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9. 빌립보서 특징
바울의 옥중 서신들 중에서 에베소서(교회론), 골로새서(기독론)가 공적이며 교리적인 글인 반면에 빌립보서, 빌레몬서는 개인적이며 윤리적인 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빌립보서는 사도 바울의 여러 가지 서신들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이며, 빌립보 교인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넘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또 이 편지는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교리보다는 바울의 내면적인 신앙 간증과 사랑과 기쁨이 담겨져 있는 글이다.
또한 빌립보서는 바울의 깊은 신앙적 경지를 보여 주며(빌 1:8, 21 ; 2:3; 4:10-19) 한편으론 '그리스도의 자기를 비우심'의 원리인 기독론의 진수를 포함하고 있는(빌 2:5-11) 교리상 중요한 서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빌립보서는 '사랑의 서신'이라고도 불리어진다. 본 서신 속에 나타난 그리스도와 사도 바울의 관계, 빌립보 교인들과 바울의 관계를 볼 때 서로를 향한 희생적 사랑이 그 기저(基底)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본 서신은 '기쁨의 서신'으로도 불리어진다. 그리스도 안에서 기뻐하라는 옥중의 사도 바울의 권고는 본서 전편을 통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빌 1:14, 18, 25; 2:17, 18; 3:1; 4:4, 10, 18). 그런데 로마의 옥중에 있는 바울이나 어려운 박해 속에 있는 빌립보 교회가 누리는 기쁨은 신앙으로 고난을 극복함으로써 얻는 참된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10. 빌립보서 중심 사상
빌립보 교인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도 바울이 쓴 자연 발생적인 애정이 가득찬 서신이라고 할 수 있다(빌 1:3). 그래서 본 서신은 사도 바울의 기록들 가운데 가장 개인적이고 형식을 떠난 서신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본 서신의 주제는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사도 바울과 빌립보 교회 간에 맺어진 사랑이 넘치는 '교제'(헬, 코이노니아)이다. 이러한 형제간의 교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가 되었다는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두번째는 '그리스도를 본 받으라'는 것이다. 영광의 주(主)요 하나님과 하나이신 그리스도께서 성육신하신 것은 최대의 겸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당연히 그리스도 마음을 품고 서로를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주제는 '기쁨의 사상이 충만하다는 것'이다. 본 서신에는 기쁨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모두 16번이나 나온다. 이 글은 고난 속에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넘치는 기쁨을 간직한 바울이 어려운 박해 속에 있는 빌립보 교회를 위로하고격려하기 위해 쓴 기쁨의 서신이라고 알 수 있다.
11. 빌립보서 중심 귀절 :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 4:4)
[참고] 사도 바울의 옥중 서신의 중심 사상과 특징
[에베소서] -> 교회론
유대인과 이방인이 섞여 사는 아시아 교회에 내재해 있는 분열의 가능성을 방지하고 교회의 연합을 도모하기 위하여 기록
[빌립보서] -> 개인적인 서신(기독론 포함)
빌립보 교회의 헌신과 사랑을 격려하고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도모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대주의, 완전주의 등의 이단을 경계하기 위해서 기록
[골로새서] -> 기독론
금욕주의, 절기와 안식일 준수를 주장하는 유대주의적 이단과 천사 숭배 등의 거짓 철학과 주지주의적 이단으로부터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기록
[빌레몬서] -> 기독교인의 용서
주인의 재물을 훔쳐 도망친 종 오네시모가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영접하자 그를 주인에게 돌려 보내면 용서하고 용납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기록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바울의 사랑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 (강병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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